해마다 하는 벌초, 쉽지가 않다.
해마다 하는 벌초, 쉽지가 않다.
추석이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어김없이 벌초라는 집안 행사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벌초와 관련하여 문제라고 말한 이유는 예전과는 달리 날짜를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사촌들 간에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합이 잘 될 때는 큰 형님을 중심으로 재미도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부모님 산소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의견이 나뉘게 되었다.
산소의 유무는 추석 명절과 차례를 시골에서 보내는지의 유무와 함께 벌초 날짜에 영향을 주었고 그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산소도 없고 시골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는 명절 전 날이나 당일에 벌초를 하자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시골 근처에 사는 것도 아니고 몇 시간을 가야 하는데 다른 형제들의 명절 일정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편리를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벌초 예비 날짜에 해당될 수 있는 주말에는 개인 일정을 미리 잡아 안 된다는 의견을 낸다.
개인 일정을 들어보면 실소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힘들게 잡았어도 벌초에 참석을 안 하는 경우도 발생하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
형제자매 다음으로 가까운 친척인데 점점 불편해지고 대화하기도 상당히 민감한 관계가 되고 있다.
각자의 생활권이 달라 얼굴보기도 쉽지 않고 친목관계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분명한 입장 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가 않아 답답하다.
나이는 어려도 집안 장손인 동생이 대부분 양보를 하여 지금까지는 왔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벌초를 줄이자는 의견과 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복잡한 상황의 발생에 대하여 염려를 하고 있다.
꾸중도 하시고 눈치도 보게 되는 집안의 어른이 안 계시니 구심점이 없어 갑자기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큰 형님이 그립다.
중심을 잡아주고 솔선수범을 보여주니 벌초는 물론 집안 대소사도 아무런 문제 없이 거뜬하게 진행되어 이런 걱정거리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힘이 들지만 벌초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 모여서 하자는 것이다.
사실 오기 싫다는 사람은 안 와도 상관은 없지만, 가족의 틀 안에서 볼 때 사이가 소원해지고 멀어지는 건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 모일 수 있도록 결정된 날짜에 빠짐없이 모여 오래간만에 안부도 묻고 사는 얘기도 하면서 같이 땀도 흘리고 막걸리도 한 사발하고 하면 정말 좋겠다.
올 해도 날짜는 정해졌고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벌초와 같은 집안의 작은 갈등도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은데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사회에서 잘 살기가 쉽지 않고 각박하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