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힘이 많이 드나 봐!
내가 요즘 힘이 많이 드나 봐.
A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기간이 세 달이 너머 가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서로 연락 없이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다니게 된 A가 걱정이 되어 매일 전화를 하여 사정을 묻고 평상시처럼 이런저런 내용으로 통화를 했었다.
당시에는 나도 어깨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 상황이라 염려하는 마음이 더 있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를 해서 치료 경과에 관심을 가졌었다.
우리는 잡담이나 농담도 잘 주고받고 곤란한 얘기도 편안하게 얘기하는 사이이고 차로 10여 분 거리에 살고 있어 음식도 자주 나누어 먹는다.
매일 통화를 열흘 정도 이어가고 있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대화에서 어색한 기류가 들었고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불편한 느낌의 말이 들렸다.
몸이 불편해도 매일 정해진 해야 할 일이 많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컨디션까지 좋지 않으니 같은 패턴의 통화가 지겨울 만도 하다는 생각으로 그날의 대화를 마쳤다.
자주 통화하는 것이 A의 상황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좀 여유가 생기고 편해지면 연락이 올 것으로 기대를 하고 그냥 가만히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맥주를 좋아하는 A와는 자주 술잔을 부딪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짧은 시간을 만들어 나오는 때가 많았고 밤 12시 전에는 귀가를 해야 하는 A는 술자리를 좋아하고 그런 시간을 그리워한다.
내가 전화하면 맥주가 생각날 테고 나올 수 있는 사정이 못 되면 맘이 좋지 않을 테니 좀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 날들이 모여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너머 며칠만 지나면 세 달을 채우게 된다.
나도 요즘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어깨의 통증은 달수로 5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용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다.
입원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어 생계유지를 위한 고민도 해야 한다.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혼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전화 한 통 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닌데 마음이 편치 않으니 오래간만에 하게 될 A와의 통화를 좋은 기운으로 하고 싶다는 의지로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A도 분명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A도 나도 어떤 잘못을 했다면 먼저 연락을 하고 사과를 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인연을 잘 유지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아무도 잘못을 하지 않았으니 누구도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되고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만나면 우리는 여전히 술잔을 부딪치며 웃고 마실 것이다.
그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