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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슬픔의 삼각형

by 쑤케 2023. 10. 14.

 

슬픔의 삼각형 ( Triangle of Sadness)  / 감독 루벤 외스틀룬 (Ruben Ostlund)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은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인 야야와 칼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이다.

 

야야와 칼은 협찬으로 얻게 된 호화 크루즈 여행에서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섞여 시간을 보내던 중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크루즈의 전복으로 무인도에서 겨우 목숨을 유지하게 된다.

살아남은 생존자는 8명이 전부다.

야야와 칼 커플, 똥이라 부르는 비료를 팔아서 부자가 된 러시아 남자, 뇌졸중으로 인 덴 볼켄(구름 위에)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여자, 크루즈 승무원, 해적인지 보일러실 직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남자, 화장실 청소 담당 여자, 혼자 여행 중인 남자.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불을 피우고 음식을 구하는 능력은 청소를 하던 에비게일만의 것이었고 모두는 그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에비게일은 무인도의 작은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는 내가 캡틴입니다. , 내가 누구라고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심지어 여자 친구 야야와 함께 있는 칼에게 자신과 같이 잘 것을 요구하게 되고 칼은 에비게일이 제공하는 음식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야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하고 순응하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비게일의 의존에서 벗어나 자력으로 음식을 구하려는 노력을 보이자 생각하지 못한 황당한 반전이 일어나며 당혹감을 준다.

그 섬은 무인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무인도로 생각했던 곳이 해변까지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는 섬이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에비게일이 돌아가면 자신을 비서로 쓰겠다는 야야를 돌로 내려치는 상황의 장면을 보여준다.

바로 연결되는 장면에서 칼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3부로 구성된 영화는 남과 여의 관계설정의 변화, 계급과 계층, 인종문제, 돈과 아름다움, 이념과 정치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부자들과 머니 머니 머니를 외치는 객실 승무원,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크루즈의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화면을 잡으면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객실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샴페인을 마시며 여행을 즐기는 부자들은 자신들의 재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보여준다.

크루즈 직원 모두에게 수영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강요하여 자본의 위대함을 보여준 것이다.

부자들에게 웃는 모습으로 응대하는 깨끗하고 하얀 유니폼을 입은 객실 승무원은 전부 백인인 반면 가장 아래층 어두운 곳에 대기 중인 직원들은 어두운 유니폼이거나 더러운 기름옷을 입은 무표정의 아시안, 멕시칸 또는 흑인들이다.

 

선장이 주최하는 만찬은 선장의 태만과 직원들의 수영장 물놀이 등으로 인하여 졸속으로 진행된다.

사건이 있을 거라는 암시를 하듯이 창가에 보이는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와 제대로 서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만찬이 시작된다.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승객들은 선장의 안내로 만찬이 시작되지만 오래지 않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흔들리는 배에서 식사를 하던 부자들은 하나 둘 구토를 하고 쓰러지고 구르고 부딪히면서 처참한 장면을 보여준다.

샴페인 병은 바닥을 굴러다니고 투명하고 아름다운 라인의 와인 잔은 깨지고 쓰러진다.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부자들에 비해 서빙을 하는 승무원들은 요란한 배에 맞춰 같이 흔들릴 뿐 누구도 넘어지거나 험한 꼴을 당하지 않는다.

최악인 것은 변기에서 역류한 오물을 뒤집어쓰고 살기 위해 객실을 뛰쳐나와 구명조끼를 걸치고 복도에서 실신하듯 쓰러져 있는 승객들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장은 만취가 되어 러시아 부자와 미국인 공산주의자’, ‘러시아 자본주의자에 대한 주정을 선내 마이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선장은 배에서 일어난 어떤 상황에도 반응을 하지 않고 선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며 존재를 알린다.

직원들이 찾아와도 만찬에 대한 의견을 물어도 방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

만찬 중에도 토하고 쓰러지고 아수라장이 되어도 자리에서 식사를 계속하고 술을 마신다.

크루즈의 조종간이 혼자서 이쪽저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리더의 부재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순간 우리의 정치 현실이 폐부를 찌르듯 훅 하고 들어와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들었다.

 

 

 

커플로 나오는 야야와 칼은 모델이면서 인플루언서이다.

야야가 칼보다 더 유명하고 수입도 좋다.

1부에서 칼과 야야는 레스토랑에서 음식 값으로 다툼을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과 미묘한 감정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 상대가 계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묻어나는 표정, 연기, 상황, 대사를 보여준다.

여자의 경제력이 남자보다 좋은 상황에서의 역할의 변화에 대한 갈등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인 듯하다.

감독은 요즘 대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시각도 보여준다.

자신이 먹지도 못하는 파스타를 업로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맛있게 먹고 있는 듯 연출한 사진을 찍는 커플에게 부자는 말한다.

그거 돈이 돼요

호화 크루즈를 협찬으로 받을 수 있는 현실에 부자도 감탄을 하고 감독도 이런 점을 부각하려고 한 것 같다.

자신도 물에 빠져 죽어가면서 침몰하는 배 사진을 찍으려고 손을 들어 휴대폰을 들고 있고 영화 포스터가 감독의 그런 의도를 의미하고 있다고 이해를 했다.

태풍 현장을 보여준다며 방파제에서 실시간 중계를 하는 것과 같이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크리에이터들의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과도한 의욕과 그것이 권력이 되고 돈이 되는 요즘의 사회를 비꼬는 것이다.

 

슬픔의 삼각형이란 얼굴을 찌푸릴 때 미간 사이에 생기는 삼각형 주름을 말하는 것이다.

크루즈의 곳곳에 파도 거세게 치는 그림이 걸려있는 액자에서 파국을 예견할 수가 있다.

어떤 조직이나 모임, 사회가 삼각형의 구조로 이루어지고 운영되고 유지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 욕망, 거짓, 위선 등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풍자인지 감독의 생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