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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9

일요일 아침에 온 전화 일요일 아침에 온 전화 일요일 아침 10시가 막 지난 즈음 전화가 왔다. 발신자 이름을 보고는 의아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지금쯤 한창 산행 중 일 텐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로타리 산장이다. “라는 말로 통화는 시작되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산행 중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중산리를 출발하여 로타리 산장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원래는 같이 동네 산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산행 후에 밥이나 한 끼 하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전화를 끊고 걱정과 긴장감이 들었다. 지난주에 혼자서 뒷산을 오른 것도 몇 개월 만인데 누구와 같이 산에 간 적은 1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3~4시간의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에 배낭을 가져가야 할지 말지를 고민.. 2023. 10. 29.
한 여름의 짧은 동거여, 굿 바이! 한 여름의 짧은 동거여, 굿 바이! 두 달 전쯤부터 동거를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과 변화에도 생활 패턴은 바뀌지 않았는데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주위를 둘러보고 살피게 되고 보이면 안심이 되지만 눈에 띄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찾고 있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하지만 참을 만해서 그냥 두었다. 마음먹고 깨끗하게 정리를 하면 되는데 그러지를 않았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두고 보고 있었는데 신경이 쓰여서 이제 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 나쁜 놈은 아니라 상관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깔끔하지 못한 나의 잘못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하여 주변 정리도 깔끔하게 같이 하려고 한다. ‘그리마’라는 이름이 있는 ‘돈벌레’가 집에 보이.. 2023. 9. 13.
일요일, 커피숍에서 힐링하다. 일요일, 커피숍에서 힐링하다. 일요일 집 근처의 카페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왔다. 차로 10분 거리의 카페는 외진 곳에 있고 차량의 통행이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손님이 거의 없는 곳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모습은 작은 초등학교 분교가 있고 30 가구 정도의 마을이 있는 곳으로 신축한 전원주택이 4채 정도 있는 작은 동네 마을의 이미지다. 카페는 전원주택 중 별채로 주택과 같이 있는 곳으로 입구에 주차장을 겸한 너른 마당도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고즈넉한 카페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좋다. 부담 없이 편안한 인상의 사장님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손님이 없어서 찾게 되는 이유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동네의 카페를 주로 가지만 여기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러 가는 곳이다. 물론 지인들과 간 적도 .. 2023. 9. 12.
해마다 하는 벌초, 쉽지가 않다. 해마다 하는 벌초, 쉽지가 않다. 추석이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어김없이 벌초라는 집안 행사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벌초와 관련하여 문제라고 말한 이유는 예전과는 달리 날짜를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사촌들 간에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합이 잘 될 때는 큰 형님을 중심으로 재미도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부모님 산소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의견이 나뉘게 되었다. 산소의 유무는 추석 명절과 차례를 시골에서 보내는지의 유무와 함께 벌초 날짜에 영향을 주었고 그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산소도 없고 시골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는 명절 전 날이나 당일에 벌초를 하자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시골 근처에 사는 것도 아니고 몇 시.. 2023. 9. 4.
추억의 시집을 꺼내다. 추억의 시집을 꺼내다. MBN에서 매주 목요일 밤에 편성되어 방송되고 있는 ‘불꽃밴드’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상상도 하지 못한 라인업의 밴드를 한자리에 모아서 경연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다니 방송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는 들어봤어도 TV에서 첨 보는 얼굴들도 많아 익숙함 속에 낯섦이 느껴지기도 한다. 밴드 음악은 잘 모르지만 레전드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몹시 흥분되었다. 3라운드 ‘노래 뺏기’ 미션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다섯 손가락’의 이두헌 님이 ‘사랑과 평화’의 ‘얘기할 수 없어요’를 먹먹하게 부르는 걸 보면서 이두헌이라는 이름이 가슴을 때렸다. 읽고 또 읽었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이두헌 님의 시집 때문.. 2023. 9. 4.
그의 학창 시절 이야기 그의 학창 시절 이야기 그와 장례식장을 간다. 20년 전에 같이 어울렸던 지인의 장모상에 문상을 가는 길이다. 그와는 정말 오래 같이 했고 지금도 계속 연락을 하고 얼굴도 가끔씩 보곤 한다. 평상시와는 달리 묻지도 않은 어릴 적 얘기를 시작한다. 그는 큰 도시의 가장자리 작은 마을에서 제법 살림살이가 괜찮은 집에서 태어났다. 태어나 촌놈이 처음으로 서울 구경을 했다며 선생님과 기차를 타고 5명 정도의 아이만이 수학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몇 차례 얘기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귀퉁이 작은 동네에서 도시의 가장 큰 중학교에 다녔다. 다른 학년에서도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몇 명 되지 않아 자부심이 있었다 한다. 또래에 비해 덩치도 크고 힘도 좋았던 그는 선생님의 권유로 씨름을 하게 되었다. 대회.. 2023. 9. 2.
땀으로 옷을 적시다. 땀으로 옷을 적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좋은 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술자리와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이겨내고 힘든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 생각의 변화, 습관의 변화, 행동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그 변화의 실천 항목에 운동과 식단관리를 통해 자기 관리라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쉬는 날에도 나가는 것보다는 집에서 늘어져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것 좋아하지 않고 많이 게으르다는 거다. 허리와 배, 등에는 묵은 살들이 자리한 지 오래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가 아니라 몸이 무거워져서 거동에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심 3일이 되지 않고 변명거리를 만.. 2023. 8. 29.
여름비 온 아침의 감성 여름비 온 아침의 감성 여름 끝자락에 느껴 보는 익숙지 않은 선선함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도 잠에서 깨기 전부터 내리고 있는 비로 한 발 물러선 것 같은 8월 말의 아침이다.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이 비에도 시간의 흐름이 어김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로 시작한 기상 루틴에 맞춰 움직였다. 더 좋은 걸 찾기 전에는 이대로 해보려고 한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땟거리가 없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최근에 새로 문을 연 짬뽕집이 떠올라 가 보기로 하였다. 오며 가며 봐왔던 집으로 테이블이 4개로 많지는 않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집에서 가까운 식당이라 예의로라도 한 번 가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었다. 우산을 받치고 걷는 동안 슬리퍼에 빗물이 튀어 종아리를 때린다. 슬리퍼 안으로도 빗물이 들어와 저벅저벅 소리.. 2023. 8. 29.
내가 요즘 힘이 많이 드나 봐! 내가 요즘 힘이 많이 드나 봐. A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기간이 세 달이 너머 가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서로 연락 없이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다니게 된 A가 걱정이 되어 매일 전화를 하여 사정을 묻고 평상시처럼 이런저런 내용으로 통화를 했었다. 당시에는 나도 어깨수술을 하고 재활 중인 상황이라 염려하는 마음이 더 있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를 해서 치료 경과에 관심을 가졌었다. 우리는 잡담이나 농담도 잘 주고받고 곤란한 얘기도 편안하게 얘기하는 사이이고 차로 10여 분 거리에 살고 있어 음식도 자주 나누어 먹는다. 매일 통화를 열흘 정도 이어가고 있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대화에서 어색한 기류가 들었고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 2023.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