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집을 꺼내다.
MBN에서 매주 목요일 밤에 편성되어 방송되고 있는 ‘불꽃밴드’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상상도 하지 못한 라인업의 밴드를 한자리에 모아서 경연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다니 방송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는 들어봤어도 TV에서 첨 보는 얼굴들도 많아 익숙함 속에 낯섦이 느껴지기도 한다.
밴드 음악은 잘 모르지만 레전드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몹시 흥분되었다.
3라운드 ‘노래 뺏기’ 미션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다섯 손가락’의 이두헌 님이 ‘사랑과 평화’의 ‘얘기할 수 없어요’를 먹먹하게 부르는 걸 보면서 이두헌이라는 이름이 가슴을 때렸다.
읽고 또 읽었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이두헌 님의 시집 때문일 것이다.
가사가 좋았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노래 제목과 동일한 시집을 서점에서 보고는 안 살 도리가 없었다.
시를 좋아했었고 그런 감성으로 자작시도 쓰고 했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라디오에서 듣던 노래의 가사들이 시가 되어 읽히고 가슴을 울리고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여 감성에 빠져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런 때가 있었다는 기억을 이두헌 님의 노래가 깨우쳐 준 것이다.
최근에는 느껴보지 못한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을 진정시키고 책장에서 시집을 찾아 꺼내 보았다.
바로 옆에 있는 시집도 같이 꺼내었다.
가수로 활동도 하였고 가수 변진섭 님의 노랫말을 많이 썼던 지예 님의 ‘선택’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랜 시간을 책장에 꽂혀만 있어 먼지도 많았고 색도 바래고 낡았지만 털어서 책상에 올려놓았다.
천천히 다시 읽으면서 이 묘한 감정선을 계속 연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릴적 내 친구는 구두를 닦고
길러리 약국에서 담배를 팔 듯
세상은 모순 속에 깊어만 가고
분주히 길을 가는 사람이 있고
온종일 껌을 파는 아이도 있고
시간이 숨을 쉬는 그 길가에는
싸늘한 서글픔이 나를 감싸네
이층에서 본 거리 눈물만 가득했어
이층에서 본 거리 안개만 자욱했어
산 오징어 만원
죽은 오징어 오천원
삶과 죽음 사이엔 쓸쓸한 오천원
홀로 된다는 것
아주 덤덤한 얼굴로
나는 뒤돌아섰지만
나의 허무한 마음은
가눌 길이 없네
아직 못다한 말들이
내게 남겨져 있지만
아픈 마음에 목이 메여와
아무말 못했네
지난날들을 되새기며
수많은 추억을 헤이며
길고긴 밤을 새워야지
나의 외로움 달래야지
이별은 두렵지 않아
눈물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홀로 된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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